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이 뽑은 선수들과 탈레반을 피해 해외로 망명한 선수들이 함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다.

AP통신은 23일(한국시간) "탈레반 정권은 배구, 유도, 레슬링 등 17개 종목에 남성 선수 130여명을 파견한다"라며 "이외 망명 선수단은 여성 17명을 포함한다"고 보도했다.

다만 대회 취재정보 사이트인 마이인포에 따르면 23일 현재 아프가니스탄 선수단은 총 104명으로 구성됐으며 이중 여성은 15명이다.

아프가니스탄은 2021년 이슬람 강경 수니파 무장조직인 탈레반이 재집권한 뒤 많은 조직이 물갈이됐다.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국제 대회에 선수단을 파견하는 아프가니스탄 올림픽위원회도 변화를 겪었다.

이전까지 아프가니스탄 올림픽위원회를 이끌던 아피줄라흐 라히미 전 위원장은 해외로 빠져나갔고, 많은 선수가 국경을 넘었다.

특히 탈레반 정권의 탄압으로 스포츠 활동이 금지된 여성 선수들의 망명이 잇따랐다.

이런 가운데 탈레반 정권은 전원 남성으로 구성된 국가대표 선수단을 선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파견했다.

탈레반 정권을 반대해 해외로 떠난 선수들도 라히미 전 위원장을 중심으로 선수단을 따로 꾸렸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이들의 아시안 게임 출전을 위해 자금 지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참가 종목 일정에 맞춰 개별적으로 항저우에 입성할 예정이다.

AP통신은 "여전히 많은 국가는 라히미 전 위원장을 아프가니스탄 올림픽위원회 수장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라히미 전 위원장은 22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선수촌에서 열린 아프가니스탄 입촌식 행사에서 "이번 대회엔 이란에서 훈련한 배구 여자 대표팀과 이탈리아에서 온 사이클 여자 선수(2명), 호주에서 훈련한 여자 육상 선수 등이 출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와 스포츠는 분리되길 바란다"라며 "우리는 선수들이 자국 안팎에서 자유롭게 스포츠 활동을 하는 것을 원한다"고 전했다.

탈레반은 2021년 8월 미군과 나토군이 철수한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뒤 여성의 공공장소 출입과 중등교육을 금지하고 취업을 제한하는 등 가혹한 탄압 정치를 하고 있다.

한편 이번 대회에 난민팀(Refugee Olympic Team)은 꾸려지지 않았다.

IOC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부터 내전 등으로 상처받은 난민들을 위해 독립팀을 만들어 올림픽 출전 자격을 부여하고 있지만, 아시안게임에선 난민팀이 출전한 적이 없다.

다만 이번 대회엔 '독립팀'이 나선다.

'OCA 깃발 아래 참가하는 독립 선수들'이라는 명칭의 이 팀은 스리랑카 출신 남성 선수 12명으로 구성됐으며 7인제 럭비 경기에 나선다.

이들은 스리랑카 럭비협회가 자격 정지를 받아 자국 국적으로 출전할 수 없자 OCA가 독립팀 형식으로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난민팀과는 성격이 다르다.